고백

괴츠 :

다 뒈져 버려, 개 같은 것들!

잊지 못할 만큼 훼방을 놔 주마. 악한 마음이여, 내게로 와서 나를 가볍게 해다오!

(사이) 농담이야. 선이 나의 영혼을 깨끗이 씻어 놨군, 한 방울의 독도 없으니 말이야.

좋았어, 선을 위해 길을 떠나는 거야, 알트바일러로 길을 떠나자, 목매 죽어 버리든지, 아니면 선을 행해야 해.

나의 자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나의 거세당한 수탉들, 나의 고자들, 내 사육장의 천사들,

그들이 나를 뜨겁게 맞아 줄거야. 제기랄, 참 따분한 자들이야. 내가 좋아하는 건 다른 축들이지, 늑대들.

(걷기 시작한다.) 뭐 해요, 주님. 이제 당신이 나를 어두운 밤길에서 인도해 주셔야죠.

실패에도 불구하고 버텨야 하니까, 모든 실패가 제게는 하나의 징조요, 모든 불행이 하나의 기회요,

모든 실총이 하나의 은총인 이상, 저의 역경을 어디에 쓰는 것이 좋은지 알려 주셔야죠.

주여, 믿습니다, 믿고 싶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세상 밖으로 굴리시는 것이 저를 온전히 다 쓰고 싶으셔서 그러는 것임을. 

이리하여, 신이여, 우리는 또 얼굴을 맞대고 있습니다, 

제가 악을 행하던 그때 그 그리운 옛날처럼.

아아! 제가 인간들 일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거추장스러워요.

당신께 가려니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야 됩니다.

제가 당신께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게 손을 뻗어 주십시오.

아, 당신이 바로 밤이죠, 그렇죠?

밤, 가슴을 찢는 만물의 부재 말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모든 것이 부재할 때 존재하는 분,

만물이 침묵할 때 들리는 분, 

아무것도 안 보일 때 보이는 분이시니까.

태고의 밤, 존재들 이전의 위대한 밤, 앎이 없는 밤, 

실총과 불행의 밤이여, 저를 숨겨 주소서, 저의 추악한 육신을 뜯어 먹으시고,

제 영혼과 저 자신 사이에 드셔서, 

저를 갉아 먹으소서.

저는 헐벗음과 수치심과 모욕의 고독을 원합니다,

인간이란 그 자신으로서의 인간을 허물고 암컷처럼 밤의 위대한 암흑의 육체에 

몸을 열도록 되어 있으니까요.

모든 것을 맛보기전까지 전 더 이상 아무것도 맛보지 않으렵니다,

모든 것을 소유하기 전까지 전 더 이상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렵니다.

모든 것이 되기 전까지 전 그 어떤 일에서도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렵니다.

저는 모든 이들의 밑으로 저를 낮추겠습니다,

그러니 주님, 당신께서는 당신의 밤의 그물로 저를 건지시어 

저를 그들 위로 올려 주소서.

(번뇌에 찬 목소리로 크게) 신이시여! 신이시여! 

이것이 당신의 뜻이옵니까? 

인간에 대한 이 증오, 나 자신에 대한 이 멸시, 

이것들은 이미 제가 찾은 것들 아닙니까, 제가 악인이었을 때?

선의 고독, 이걸 어떻게 제가 악의 고독과 구별해야 하지요?

(날이 차츰 밝아 온다.) 날이 밝았습니다,

제가 당신의 밤을 건너 왔습니다. 

저에게 당신의 빛을 주시니 다행입니다,

똑똑하게 볼 수 있겠습니다.

 

- 악마와 선한 신 (장폴 사르트르) -